봄을 그리다.
봄은 해마다 오고
올 때마다
성장의 여름과
결실의 가을을 약속한다.
사람들이 눈이가려
여름에 봄을찾고
가을이 되어서야 봄을 찾고
심지어
겨울에 봄을 그리워 할 뿐이다.
희망은 누구나 가져볼 수 있지만
봄은
새벽 네시의 약속으로
동쪽으로 난
매화나무 가지에서 오는 것이다.
2023.04.18.
A4 용지에 커다랗게 씌어있던
아버지를 지우고
형님이라 쓴다.
아버지였을 때 보였던 섭섭 서운의 단어들이
있던 자리에는
감사와 고마움이 들어서있다.
부모였을 때 권리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형제라고 쓰고보니
감동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 만큼 동생에게 잘 한 사람이 있을까?
이 한마디에 책의 제목이 바뀌고
제목이 바뀌자
책속 내용도 통째로 수정되었다.
나는 그렇게 나 혼자만의 기둥을 잃었다.
2022.12.11.
무각
현실에 충실하면서도
이따금씩 정신을 현실 밖으로 내보낸다.
뜻은 높게
그러나
발은 땅에
가이아의 품 안에서 통을 이루고
품 안을 벗어나면 각이있다.
마침내 무디어지는 각
아들에게 깊은 뒤 얕아지라는
주문을 했더니 놀라워했다.
무각의 의미를 엿본것은 아닐까?
2022.10.13.
그리움
나는 그리움의 실체를 보았다.
그리움이 너무많아
마음이 넘처흐를 때
마음의 제방을 무너뜨리지 않고도
그리움을 다스릴 수 있게되자
나는 그리움이 있는 곳을 알았다.
나이태와 나이태 사이에
숨어있는 그리움을 거슬러 올라가자
그곳에 한 사람이 있었다.
내가 그인지
그가 나인지
설핏 구분되지 않았다.
나의 그리움은 진정되었다.
2022.08.25.
그곳에 바람이 있었다.
젖은 땅을 보지않고도 비가 내리고 있음을 알아차릴 무렵부터
나는 바람의 길을 보았다.
그 길은 내가 그토록 찾아다녔던 아리랑의 길이자 깨달음의 길이었다.
호홉을 가지런히 하고 마음을 비우고
나보다 내 주변의 일이 먼저 시야에 들어오게되자
바람이 지나가는 길이 보였다.
나는 그 길에서
스승님을 만나고
그리스도를 만나고
환인천재를 만났다.
그리고 그것 뿐이었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내 마음만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2014.01.25.
예전에는 네가 누군지 몰랐다.
이제와 알고보니
너는 물이었고
너는 바람이었고
너는 새로운 출발이자 마지막이었다.
물의 길에서
바람의 길에서
불의 길에서
설핏 마주치는 너는
비 그친 호수에 떠다니는 물방울
버선발로 추는 춤
아이들의 맑고 높은 웃음소리
눈 뜨면 만나는 최고의 아침이었다.
너는
2023.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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