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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11-03 23:35
 조회 : 2,977  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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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엄마라는 나무 - 신현득 -
엄마는 가지 많은 나무
오빠의 일선 고지서 소총의 무게 절반을 오게 하여 가지에 단다. 오빠 대신 무거워 주고 싶다.
시집 간 언니 집에서 물동이 무게 절반을 오게 하여 가지에 단다.
그 무게는 무게대로 바람이 된다. 동생이 골목에서 울고 와도 그것이 엄마에겐 바람이 된다.
뼈마디를 에는 섣달 어느 밤 엄마는 오빠 대신 추워 주고 싶다. 그런 맘은 모두 푹풍이 된다.
엄마라는 나무 바람 잘 날이 없다.
2. 봄 아침 - 윤수천 -
누가 오려나 보다.
들판 가득 푸른 바람이 분다.
산 등성이엔 해가 오르고
그 해를 가슴으로 받는 나무 가지들.
흔들리는 것으로 보아 들먹이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 분명 오긴 오려나 보다. 3. 누나 생각 - 최계락 -
소낙비에 얼굴을 감아 빗고 다가 앉는 산
초록빛 저고리에 초록빛 치마 새 옷 입고 시집 간 누나 그립다.
4. 조그만 하늘 - 강소천 -
들국화 필 무렵에 가득 담았던 김치를 아카시아 필 무렵에 다 먹어 버렸다.
움 속에 묻었던 이 빈 독을 엄마와 누나가 맞들어 소나기 잘 내리는 마당 한 복판에 들어내 놓았다
아무나 알아맞혀 보아라 이 빈 독에 언제 누가 무엇을 가득 채워 주었겠나
그렇단다 이른 저녁마다 내리는 소나기가 하늘을 가득 채워 주었단다
동그랗고 조그만 이 하늘에도 제법 고오운 구름이 잘도 떠돈단다.
5. 꽃씨 한 개
생각해 보았니?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처음 만드실 적에 꽃씨도 꼭 한개씩만 만드셨단다. 채송화 꽃씨도 한개 해바라기꽃씨도 한개 맨드라미 꽃씨도 한 개
그런데, 보아라. 세상에 얼마나 많은 채송화 꽃씨가 있고, 해바라기 꽃씨가 있고 맨드라미 꽃씨가 있는지
꽃씨 한개가 싹트고 자라고 퍼져서 이토록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들고 있구나
너의 가슴에 사랑의 꽃씨가 한개 있다면 웃음의 꽃씨가 한개 있다면 조그만 꽃씨 한 개가 세상을 더욱 밝고 아름답게 만들거란 걸.
6. 산 위에서 보면 - 김종상 -
산 위에서 보면 학교가 나뭇가지에 달렸어요.
새장처럼 얽어 놓은 창문에, 참새 같은 아이들이 쏙 쏙, 얼굴을 내밀지요.
장난감 같은 교문으로 재조잘 재조잘 떠밀며 날아 나오지요.
7. 나무와 산새 그리고 봄 - 유경환 -
나무에 와 닿는 봄 기운은
먼 하늘 산새의 쬐그만 부리 끝에서 온다.
쯔빗 쯔빗 쯔르르 산새 가슴 속에 고였던 음표들
음표들이 가슴 끝에 얹혀 그대로 움이 트는,
토옥토옥 톡 그 자리에 그대로 움이 트는
파릇파릇 그것은 하나의 약속처럼
기둘린 산새들이 뱉아논 목소리로
산 속의 봄은 산 속의 나무 가지 끝에서 온다.
8. 가랑잎 - 김정일 -
가랑잎은 귀도 참 밝다. 바람이 조금만 스쳐 지나가도 바시락 소리를 낸다.
가랑잎은 눈도 참 밝다. 바람이 살짝 지나가도 또르르 따라간다.
9. 바람과 나무 - 김상진 -
바람은 솔삭이듯 가만히 말을 했다.
작은 나무에게 어리긴 하지만 귀엽다고
작은 나무는 잔가지를 흔들며 말했다.
세상을 돌고 돌며 보고 들은 바람 얘기가 듣고 싶다고
바람은 웃으며 나무에게 물었다
언제까지 언제까지 여기 서 있을 거냐고
나무는 가지를 크게 흔들어 대답했다
오래오래 나이테 그리며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온종일 나무는 심심할 거야 나무하고 친구해야지
바람은 날마다 나무를 찾아가고
작은 나무는 조금씩 조금씩 어른 키만큼 자라고
바람이 들려주는 얘기 듣고 하늘에다 글씨를 쓰고
구름을 쓸 듯 쏴아 쏴아 하늘 보고 가지를 흔들었다.
10. 소나기 - 김교현 -
소나기 온다 - ! 소나기 온다 - !
오동잎 따다가 우산을 만들자. 오동잎 따다가 우산을 만들자. 아이들 놀라서 저리로 달리고 아이들 놀라서 이리로 달리고
소나기 온다 - ! 소나기 온다 - !
예쁜 옷 고운 옷 비에 젖을라. 예쁜 옷 고운 옷 비에 젖을라. 개구리 폴짝 물 속에 숨고 개미들 조르르 굴 속에 숨고.
11. 가을 오는 소리 - 이정님 -
돌돌돌 돌돌돌 도랑물 소리
바스락 바스락 낙엽 지는 소리
귀뚤귀뚤 귀뚜라미 책을 읽고요
바스락 다람쥐 책을 넘겨요
12. 아무리 숨었어도 - 한혜영 -
아무리 숨었어도 이 봄 햇살은 반드시 너를 찾고야 말걸 땅 속 깊이 꼭꼭 숨은 암만 작은 씨라 해도 찾아내 꼭 저를 닮은 꽃 방실방실 피워 낼 걸.
아무리 숨었어도 이 봄 바람은 반드시 너를 찾고야 말걸 나뭇가지 깊은 곳에 꼭꼭 숨은 잎새라 해도 찾아내 꼭 저를 닮은 잎새 파릇파릇 피워 낼 걸.
13. 굴렁쇠 - 김숙자 -
커다란 하늘 울타리에 조그만 동그라미 하나
동그르르 동그르르 원을 그린다.
코 묻은 웃음 하나 등에 매달고,
개구쟁이 욕심하나 손목에 쥐고
땡그르르 땡그르르 지구를 돌린다
작은 손 힘찬 손 야무지게 도는 우주
넓은 우주가 작은 손 안에서 예쁘게 숨쉬고 있다.
쉬지 않고 종일 구르고 있다.
14. 나무 줄기가 솟아 오르기만 할 때 - 이창건 -
더 먼 곳을 바라보기 위해 하늘 향하여 끝없이 높게 높게 나무 줄기가 솟아오르기만 할 때 조용히 아래로 아래로 깊어가는 뿌리 가도 가도 막히는 길을 가고 또 가는 뿌리
15. 작은 것들끼리 - 하청호 -
작은 개미 한 마리 여름 땡볕 속을 갑니다.
작은 풀잎 하나 여린 잎새를 뻗어 작은 그늘을 만들어 줍니다
그러자 다른 작은 풀잎들도 어깨를 결습니다. 개미에게 작은 그늘길을 만들어 줍니다.
여리고 약한 것들이 해님을 가렸습니다. 작은 것들이, 작은 것들 끼리
16. 봉숭아 꽃 - 권오순 -
한 모금씩 모은 햇살 앙금
고운 속살로 빚어 놀빛 지핀 꽃초롱
혼저 간직하긴 너무 아쉬워
하아얀 소녀들 가슴에 손 끝에
빨간 그리움 심어주고
초롱 속 불티로 남는 햇살 꿈 꽃.
17. 여울로 가지 - 흰모래 -
벼랑길에 곤두박질 코방아 찧고
모래판에 떼굴떼굴 재주 넘으며,
산에 사는 산돌들이 어데로 갈까?
강에 사는 강돌 노래 들으러 가지.
동그라미 되고 싶어 여울로 가지
18. 소낙비 - 박두진 -
소낙비 먼 산에 소낙비 간다.
이쪽에는 짜랑짜랑 볕이 쬐면서 먼 산 산 밑에만 소낙비 간다.
솔개미 하늘 돌고 청개구리 운다.
숫숫 잠자리 떼 높이 높이 난다.
19. 아이와 우체통 - 유병환 -
제 키보다 큰 우체통 앞에 아이가 찾아와 섰읍니다. 빨간 우체통 앞, 팔굼치가 뚫린 계집아이. 아이 손에는 한 장의 편지가 들렸고, 아이는 눈을 깜박이면서 우체통 큰 입을 쳐다봅니다.
― 여기 넣으면 될까? 한 손으로 가만히 우체통을 만져 보고 살며시 아이는 두 눈을 감읍니다. ― 정말 아빠에게 갈까?
아이는 발돋음을 하고 다가섭니다. 그 큰 우체통 입에 고사리 같은 손을 넣어 봅니다. 그리고는 편지 겉봉이 못미더워 다시 한 번 읽어 봅니다. ― 군우 일공칠 제 백 오십 이 부대 ― 일 중대 중대장 손 목윤 중위 귀하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북아현동 삼백 이번지의 이, 효순 올림
혹시나 우표가 떨어질까봐, 꼭꼭 다시 누르는 마음, 마침내 톡 하고 떨어뜨립니다. 그래도, 아이는 마음이 안 놓입니다. 아이는 우체통을 마져 보며 돌아섭니다. 아이는 가다가도 돌아 봅니다.
20. 잠깰 때 - 윤석중 -
모자야, 모자야 오, 모자는 저기 저 못에 잘 걸려 있다.
공아, 공아 오, 공은 누나 받짇고리 속에 잘 있다.
딱지야, 딱지야 오, 딱지는 내 호주머니 속에 잘 있다.
나 잔 동안 다 잘 있다. 다 잘 있다.
21. 어여쁨 - 정두리 -
봄이 기르는 건 기다림입니다. 새순이 이슬비가 마파람까지도 한마음입니다. 그런 다음 봄이 주는 건 어여쁨입니다.
22. 아침 - 정두리 -
햇살 한자락 살며시 유리문 앞에 나와 앉았다. 밤새 망설이던 바람이 아기 대추 뺨을 만져보고 참새 한 마리 가지 끝에서 고개 기울여 내다본다 아침에는 모두에게 푸릇한 향내가 난다. 그 향내 널리 가게 풀무를 달아야 한다.
23. 슬플 때나 기쁠 때 - 신형건 -
축 처진 어깨처럼 네 마음이 슬플 때 휘파람을 불어 보아라. 가슴속에서 날아 오른 새들은 멀리 가지 못하고 다시 돌아 온단다. 너는 멀리멀리 날려 보내고 싶어 하지만 그 새들은 푹 젖은 날개깃에 머리를 파묻고 잔뜩 웅크리기만 하지
활짝 열린 창처럼 네 마음이 기쁠 때 휘파람을 불어 보아라. 가슴속에서 숨 죽이고 있던 새들이 힘차게 날개치며 날아 오른단다. 너는 오래오래 보고 싶어 하지만 그 새들은 가슴 환해지도록 푸른 하늘에 반짝이는 날개를 금세 묻어 버리고 말지.
24. 누군가 그리우면 - 권영세 -
누군가 그리우면 산을 오르자
산등성이에 올라 한 웅큼 풀잎을 쥐고 파아란 하늘 향해 흩뿌리면 몸 가득히 퍼질 풀빛, 풀내음.
어느 날 누군가가 그토록 그리우면 나지막한 산에라도 오르자.
한 발 다가서면 늘 푸르고 싶은 풀잎사귀 한나절을 지절대는 맷새소리
우리들 마음 곱게 비워 산을 오르면 금새 한아름 가슴에 안겨들 풀빛 그리움을 만나러 가자.
25. 편지 - 윤동주 -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 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26. 들길 - 윤수천 -
혼자라도 좋다.
휘파람을 불면 휘파람 소리에 얹혀서 가고 책을 안고 가면 차곡차곡 생각이 쌓이는 그 들길
하늘은 높고도 푸른데
손을 들어 부르면 아, 가슴에 그리움 하나
석류꽃 같던 빨간 누나야.
27. 아름다운 것은 - 공재동 -
아름다운 것은 사라져 눈물이 됩니다.
이슬이 그렇고, 노을이 그렇고, 새들의 노래가 그렇습니다.
달이 그렇고, 별이 그렇고, 우리들의 꿈이 그렇습니다.
사라져선 샘물처럼 눈 속에 고여 끝없이 솟아나는 눈물이 됩니다.
아름다운 것은 모두 눈물이 되어 고운 마음 속에 살아 있습니다.
28. 가을이 오면 - 김용석 -
나는 꽃이예요 잎은 나비에게 주고 꿀은 솔방벌에게 주고 향기는 바람에게 보냈어요
그래도 난 잃은 건 하나도 없어요 더 맣은 열매로 태어날 거예요.
29. 해바라기 - 성기조 -
해바라기 보아라 해를 닮았다. 둥글 둥글 그 큰 꽃 해 보고 웃는다
해바라기 보아라 해를 닮았다. 대궁 높이 매달린 꽃 한송이 크구나
해바라기 보아라 해를 닮았다. 뙤약볕에 견뎌도 끄떡없이 지낸다.
30. 가을하늘 - 윤이현 -
토옥 튀겨보고 싶은
주욱 그어보고 싶은
와아 외쳐보고 싶은
푸웅덩 뛰어들고 싶은
그러나 머언, 먼 가을 하늘
31. 구름가는 소리 - 윤석중 -
구름가는 소리가 나나 안 나나 두 눈 감고 가만히 들어 보아라 잠나라에 달님이 뜨나 안 뜨나 꿈 속에서 가만히 살펴 보아라
박꽃 피는 소리가 나나 안나나 두 눈 감고 가만히 들어 보아라 꿈나라에 나비가 자나 안자나 꿈속에서 가만히 살펴보아라.
32. 눈 - 박정식 -
밟으면 뽀드득 뽀드득 - 아프지?
굴리면 둥글 둥글 - 재밌지?
눈주면 반짝반짝 - 반갑지?
33. 닭 - 강소천 -
물 한모금 입에 물고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또 한모금 입에 물고 구름 한 번 쳐다보고
34. 해변 - 최계락 -
물결이 노닐다 몰리어 가면
하얀 모랫벌에 조개 한마리
어쩌면 어쩌면 울음이 일어
귀기울여 멀어가는 아득한 소리
35. 산골물(1) - 문삼석 -
엄마 마음처럼 그렇게 깊은데서 흘러 나옵니다.
엄마 사랑처럼 그렇게 쉬지 않고 흘러 나옵니다.
36. 새 고무신 - 이종택 -
읍내장 십릿길
솔가지 한 짐 팔아 새 고무신 사서
곱게 만 들고 가는 돌이는 맨발
개울 둑 잔디에서 ‘혹시나 크지 않을까?“
돌다리 넘어 서서 또 한 번 신어 보고
‘저 고개 마루부터 정말 신고 가야지‘
돌이는 맨발 타박타박 맨발
37. 비누방울 - 김재용 -
쬐만 하늘
잎에서 피어나는 꿈망울 고 속 꿈이 크는 자그마한 세상
무지개 날개짓 색 고운 꿈이 자꾸만 하늘로 난다. 38. 내마음 - 이해인 -
꿈길도 가만히 가면 무엇이나 다 볼 수 있고 어디든지 다 갈 수 있는 내 마음
몹시 화가 나고 울고 싶다가도 금방 깔깔 웃기도 좋기도 한 내마음
꼭 하나인 것 같으면서 날마다 때마다 다른 빛깔이 되는 마음
사진으로 찍어낼 수 있다면 어떤 모양이 될까? 정말로 궁금한 내마음.
39. 나무 그 목소리 - 유경환 -
한여름의 나무껍질 속 작은 일꾼들 목소리를 길어 올리고 있다.
가지 끝으로 밀려나오는 짙푸른 목소리 나무의 어린 음악
길어 올리는 목소리 대신 내려갈 땐 햇빛을 어두운 곳에
한여름 나무의 작은 일꾼들 오르내리는 그네를 타고 여린 음악을 길어 올리고 있다.
40. 별 하나 - 이준관 -
별을 보았다
깊은 밤 혼자 바라보는 별하나.
저별은 하늘 아이들이 사는 집의 조그만 초인종
41. 풀의 말 - 이창건 -
바람이 행복이예요. 어디, 바람 없이 피는 풀꽃이 있나요.
바람이 행복이예요. 어디, 바람 없이 맺는 열매가 있나요
바람이 행복이예요 어디 바람 없이 고개를 숙이는 풀잎들이 있나요
바람이 행복이예요.
42. 정 - 김숙자 -
눈과 눈 속으로 소리없이 드나드는 거야
연잎 이슬방울처럼 뒹굴며 커지는거야.
뾰족뾰족 새싹처럼 사랑의 젖줄로 자라는거야.
서로가 소중히 여길 때 마음 속에 꽃피는거야.
아끼며 사랑할 때 보석처럼 빛나는 거야.
43. 순아에게 - 이진호 -
순아가 보고파서 눈을 감으면 난 다시 어려진다.
고운 너에게 아카시아 꽃을 쥐어 주고 난 휘파람을 불었지
보리밭 위로 종달새 날으는 푸른 하늘 아래에서 우린 말을 하지 않았지.
찔레꽃 향기에 젖어서 뻐꾸기 울음에 실려서 저녁 연기 피어 오를 때까지 그냥 웃고만 있었지.
싱그런 첫 여름 들녘에 땅거미가 깔릴 때까지 우린 말을 하지 않았지.
순아가 보고프면 또 다시 눈을 감을 거다.
다시 어려지고 싶다. 순아와 함께 있고 싶다.
44. 별을 보며 - 이해인 -
고개가 아프도록 별을 올려다본 날은 꿈에도 별을 봅니다. 반짝이는 별을 보면 반짝이는 기쁨이 내 마음의 하늘에도 쏟아져 내립니다.
많은 친구들과 어울려 살면서도 혼자일 줄 아는 별. 조용히 기도하는 모습으로 제자리를 지키는 별. 나도 별처럼 티 없이 살고 싶습니다.
얼굴은 작게 보여도 마음은 넉넉한 별. 먼 데가지 많은 이를 비춰주는 나의 하늘 친구 별.
나도 별처럼 고운 마음 반짝이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고 싶습니다.
45. 바다 앞에서 - 정완영 -
아무리 바다가 넓어도 돛배 하나 없어 봐라.
갈매기 불타는 저녁 노을 고깃배가 없어 봐라.
그것이 바다겠는가? 물만 가득 사막이지.
아무리 바다가 멀어도 저 항구가 없어 봐라.
흔드는 손 흔드는 깃발 뱃고동이 없어 봐라.
그것이 바다겠는가? 파도 뿐인 물굽이지.
46. 하늘 - 최계락 -
하늘은 바다, 끝없이 넓고 푸른 바다.
구름은 조각배.
바람이 사공 되어 노를 젓는다
47. 도깨비 열두 형제 - 윤석중 -
새집으로 이사 온 밤 비오고, 바람불고, 천둥치던 밤 뒷산에 뒷산에 도깨비가 나와 우리 집 지붕에 돌팔매질 하던 밤. 덧문을 닫고, 이불을 쓰고, 엄마한테 붙어 앉아 덜덜 떨다가 잘랴고 잘랴고 마악 드러누면 또, 탕탕 떼구루루 ······ 퉁! 귀를 막고, 눈을 감고, 그래두 탕탕 떼구루루 ······· 퉁!
이튿날 아침, 뒷산에 가 보니깐 복숭아 나무 썩은 열매가 바람에 불려 떨어져서 탕, 탕, 생철 지붕을 치구는, 떼구루루 굴러 내려 땅으로 퉁! 그래서 밤 밤-새도록 탕탕 떼구루루 ······· 퉁! ··· 내려가 세 보니깐 모두 열두개, 그 복숭아 열두 개를 망태에 담어 동네 방네루 마구 댕기며 구경시켰죠. 비 오는 밤이면은 도깨비가 무서워서 꿈쩍 못 하구 들어 앉았던 동네 사람들한테 내가 잡은 도깨비 열두 형제를 꺼내 보였죠.
그 뒤로는 그 뒤로는 우리 마을 겁쟁이 다 없어졌어요. 물 건너 민생원, 등 넘어 허 선달, 인제, 캄캄한 밤이라두 막 뽐내구 다니죠.
48. 그림자 - 신형건 -
친구야, 우리 나란히 어깨 동무하고 함께 노래하며 걸을 때, 작은 내 키만큼 낮은 네 목소리와 큰 네 키만큼 높은 내 목소리 곱게 섞이어 푸른 하늘로 울려 퍼지고, 네 뒤를 따라 다니는 긴 그림자와 내 뒤에 붙어 다니는 짧은 그림자 하나로 포개어지는 걸 넌 본 적이 있니? 친구야, 그렇게 포개어진 그림자가 우리 손 흔들며 헤어질 때, 서로 바뀌어 내 그림자를 너희 집으로 네 그림자를 우리 집으로 데리고 가는 걸 알고 있니? 떨어져 있어 보고픈 동안 우린 서로 바뀐 그림자를 가진다는 걸 난 오늘에야 알았단다.
49. 동그라미 - 이상문 -
그런 건 나도 할 수 있다. 맞다 맞다 무엇에든 동그라미 치는 거야. 돌등에 앉으며 동그라미 맨땅을 두드리며 동그라미 나무 위에도 동그라미 꽃잎 위에도 동그라미 여기 저기 이것 저것 온통 동그라미만 치는 빗방울. 동그라미 동그라미로 휩쓸어 간 뒤 창 밖을 내다보던 아이 두 눈이 동그래진다. 씻은 듯이 깨끗해 온 세상이 빛나.
50. 물 뿌리개 하늘 - 김용섭 -
봄비 오는 하늘은 물 뿌리개
땅 속의 씨앗만큼 꼭 그 수 만큼
갖가지 씨앗만큼 꼭 그 크기 만큼
뚫린 물 구멍 고른 물 구멍.
51. 벚꽃잎 - 윤찬규(여주하호분교 5학년) -
산에 올라왔는데 벚나무에서 벚꽃이 떨어졌다. 벚꽃잎을 잡으면 삼년 안에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선생님이 말했다.
나는 앉아서 시를 쓰고 있는데 우연히 벚꽃잎이 떨어져서 잡았다.
억지로 잡으려고 하면 사랑이 아니고 저절로 오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52. 나이 들수록 - 이진지(시흥장곡초 5학년) -
며칠 전 아빠가 고기를 먹고 싶다고 해서 나갔다. 그런데 고기는 안 드시고 계속 술만 찾으신다. 아빠는 나이들수록 우리보다 술을 많이 찾는다고 하셨다. 눈물이 나올까봐 고기를 꾸역꾸역 입에 넣었다.
53. 지루한 날 - 김진영(춘천소양초 3학년) -
아버지가 술 드시고 오신 날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지금 시간은 밤10시 니가 누구냐? 저는 진영이입니다. 진영이가 누구냐? 아빠 아들인데요. 아빠 아들이 누구냐? 진영인데요. 드디어 아빠가 주무셨다. 지금 시간은 밤11시 나한테는 이제 자유가 온다.
54. 우리 오빠 - 신아름(마산가포초 4학년) -
우리 오빠는 나와 잘 놀아준다. 나는 그런 오빠가 좋다.
컴퓨터 될 때 잘 안 놀아주는데 컴퓨터 고장나니까 나랑 놀아줘서 좋다. 어제는 나한테 용돈을 줬다.
근데 아침만 되면 깨워달라 물 틀어라 몇 분만 잔다 이렇게 할 때는 짜증난다.
55. 하느님께 빌었으나 - 박재용(사북초 5학년) -
조회 시간이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데 눈이 부셨다.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오늘은 시험을 치니까 국기에 대한 경례를 똑바로 해야지만 하나님께서 내가 착하다고 시험을 잘 치게 해줄지도 몰라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눈이 부시거나 말거나 국기에 대한 경례를 똑바로 했다. 그러나 내 생각과는 딴판이었다. 시험이 너무 어려워서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56. 비 오는 날의 거미 - 김진현 -
비가 투둑투둑 내린다. 귀뚜라미가 장단을 맞추는 듯 운다.
향나무에 매달려 있는 거미 먹이를 기다리는지 꼼짝을 안 한다.
비가 자기 집에 걸려 있어도 내가 툭하고 건드려 봐도 꼼짝을 안 한다.
57. 빗방울 - 임정민 -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빗방울 여러 개 나뭇잎 하나에 옹기종기 떨어져 미끄럼틀 타듯 내려 와 한 개 되어 떨어진다.
떨어질려고 할 때 우산으로 툭툭 치니 여러 개 우르르 내 우산 위로 떨어진다.
톡 토독 투투투투 여러 가지 소리내며 빗방울이 떨어진다.
58. 물방울 - 김예진 -
가랑비가 선물 들고 왔다. 운동장 식물들한테, 모래사장 철봉한테, 철봉에 매달린 거미줄한테도 선물 나누어 준다.
영롱하고 반짝거리고 톡 건드리면 터질 듯한 물방울을 선물해준다.
내가 우산 밖으로 손 내밀자 살포시 물방울 올려놓고 간다.
59. 코스모스와 버려진 봉지 - 신재혁 -
운동장에 있는 코스모스 할머니처럼 허리가 굽혀 있다.
버려진 봉지 빗물 때문에 속이 꽉 찼다.
비 폭탄 맞은 것처럼.
운동장 한가운데에 조그만한 개구리 다리에 흙이 묻어 뛰기 힘들어 보인다. 꼭 차에 치인 사람처럼 뛰지를 못한다.
60. 비와 향나무 - 김태훈 -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바닥에 떨어지면 톡톡 하고 소리가 난다.
우산 가지고 향나무를 툭 치면 와다닥 떨어진다.
비는 향나무를 거쳐 바닥으로 툭 떨어지나 보다.
61. 비 오는 날 - 김도영 -
비 오는 날 학교 운동장에 가보면 조그만 빗물이 고여 있는 데가 여러 곳 빗물이 모여 있는 데가 많은 그 운동장을 걷는다. 빗물이 모여 있는 데서 신발 젖을까봐 양말 젖을까봐 조심하면서 피해가면서 걷는다.
비 오는 날 학교 운동장에 가보면 흙도 모래도 다 젖어 있다. 그런 운동장을 걷는다. 운동장을 걸으면 철퍽 사스스슥 신발에 흙 묻을까봐 양말에 흙 묻을까봐 조심조심하며 발을 뗀다.
62. 비와 학교 - 이현수 -
학교가 목욕을 한다. 착한 비가 학교가 더러웠는지 씻어주나 보다.
오랜만에 씻은 학교 내일이면 깨끗하겠다.
63. 비속에서 - 김은주 -
토토토토 비가 내린다. 소나무 잎 끝에 빗방울이 동글동글 맺혀 있다.
즈쯔츠츠 귀뚜라미 한 마리가 높은 소리를 낸다. 이내 즈즈즈즈 다른 귀뚜라미가 낮은 소리로 답한다. 그르그르 더 작은 소리가 조금 더 멀리서 들린다. 비속에서도 귀뚜라미는 서로 이야기를 끝없이 주고받는다. 한 마리인 줄 알았는데 두 마리인 줄 알았는데 크고 작은 여러 마리가 여기저기에 있구나.
비속에 어디에 숨었나 허리 숙여 보아도 떨어지는 비에 흔들리는 풀잎만 보인다.
64. 나 혼자 싸늘하게 밥 먹는다. - 오송(양양 조산초 5학년) -
점심시간이다. 몸이 가늘게 떨린다. 한 손을 주머니에 한 손을 식판을 들고 난로 옆에 앉았다. 형찬이가 내 옆에 있다가 날 보고는 “오 오송이다. 이사 가야지.” 내 주변에 아이들이 안 앉는다. ‘왜 나만…….’ 지현이가 왔다가 “어. 저리로 가야지.” 은옥이가 따라 간다. ‘언니들이 있나?’ 두리번거렸다. ‘언니들은 나랑 같이 밥 먹어 줄 거야.’ 그런데 벌써 다 먹고 갔다. 아이들은 넷 다섯 모여 앉아 소곤소곤 얘기하며 즐겁게 먹는데. 애들이 날 따돌리는 건 아니다. 그런데 밥 먹을 땐 혼자다. 난로 옆에 있어도 싸늘한 게 춥다.
65. 거울 속 하늘 - 김마리안나(거제 고현중 3학년) -
시험이 끝난 5교시 하도 답답하여 거울로 하늘을 비춰보았다
운동장이 보이는 내 자리 손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구름들
오늘은 유난히 맑구나 오늘은 유난히 높구나
66. 시험 - 이정환(거제 고현중 2학년) -
시험 전날 나 자신과의 전쟁이다 시험을 포기하자니 내신을 포기해야 하고 잠을 설치며 공부하자니 내 몸이 죽을 것 같다 끼니도 거른 채 보낸 시간 열두 시가 넘었다 밥 먹는 30분이 아까워 삼각김밥을 먹는다 밥도 제대로 못 먹을 만큼 공부에 목숨 거는 까닭이 뭘까 꼭 이렇게 해야 하나
67. 병철이 - 문혁대(부산 동백초 6학년) -
오늘 초등부 수업을 하는데 병철이가 내 지우개를 찢었다. 오늘 산 건데. 하지만 괜찮다. 지우개는 사면 되지만 친구 사이가 멀어지는 건 싫다.
68. 우리 집 하우스 - 최유린(강원 양양 한남초 1학년) -
오늘 바람이 너무 쎄게 불어서 걱정이다. 저번 날에도 바람이 너무 쎄서 하우스 한 개가 망가졌는데 또 하우스가 망가지면 엄마랑, 아빠랑, 할머니랑 힘들게 일해야 하는데 나는 하우스가 망가질까 봐 걱정이다.
69. 바람 - 조민철(강원 양양 한남초 1학년) -
어제 집에 가다가 바람 때문에 날아갈 뻔했다. 나무도 뽑힐 것 같았다. 물살도 빨라졌다. 모래바람도 불어왔다. 으스스하였다.
70. 해와 구름 - 김영석(강원 양양 회룡초 2학년) -
자전거 타고 학교 가는데 해와 구름 안에 있었다. 해가 연한 노란색 아니라 아주 빨간색이었다. 그런데 구름이 빨겠다. 나는 감동을 해서 자전거에서 어퍼졌다.
71. 홍실감 - 김희원(강원 삼척 고천분교 2학년) -
홍실감을 먹어봤다. 맛있고 달콤하다. 홍실을 먹으면 씨앗이 있다. 씨앗엔 허물이 있다. 허물을 먹으면 엄청 맛있다. 홍실이 다 안 익으면 떫다. 홍실이 땅에 떨어지면 개미나 참새가 먹는다. 그래도 내가 먹을 것은 있다.
72. 텔레비전 - 이가희(경남 밀양 상동초 6학년) -
작은 방에 텔레비전이 고장났다. 그래서 아무도 가지 않는다. 아버지는 작은 방에 계속 있는다. 심심해서 뭐 하까? 잠자나? 가보니 아버지가 책 읽고 있다. 나는 텔레비전이 고장난 게 고마웠다.
73. 고모할매 집 소 - 한동주(경남 밀양 상동초 6학년) -
고모할머니 집에서 소가 으응 에이- 하고 울고 있다. 나는 저 소가 왜 우는지 안다. 며칠 전에 애미 소가 팔려가 슬퍼서 우는 거다. 소도 사람과 다를 게 없다.
74. 바람에 날아다니는 나뭇잎 - 최구름(강원 양양 오색초 3학년) -
창 밖에서 누가 손을 흔드는 거 같다 깜짝 놀라 보니 나뭇잎이 난다 나뭇잎이 돌면서 날고 싶지 날고 싶지 놀리는 거 같다. 파스슥 하며 공중에 떠서 돌다가 내려오고 내려오다 또 뜨고 나뭇잎이 바람보다 빠르다 바람이 뒤에서 부니 먼저 가지.
75. 아침밥 - 양승찬(양양 오색초 4학년) -
일요일 아침밥은 콩나물 김치, 감자랑 물에 만 밥. 김치는 안 자르고 손으로 죽죽 찢어 먹는다. 파란 것은 약간 술맛이 난다. 그래도 맛있다. 이빨로 물고 손으로 찍 뜯어서 들고 아, 입을 벌리고 먹는다. 나는 이것만 있어도 맛있다. 아버지가 반창이 고것밖에 없어 이런다. 나는 고것만 있어도 맛있는데 반찬이 없어도 그거면 충분한데 아버지는 어린애처럼 반찬투정 하신다. 엄마가 듣다가 밖으로 나갔다. 나는 밥을 맛없게 한 번 씹고 넘기고 성의 없이 먹었다.
76. 식목일 - 황진실 -
오늘은 식목일이다. 그래서 우리 아빠는 회사에 안 가시려고 한다. 그러나 엄마는 아빠에게 회사에 가라고 한다. 그 순간 나는 마음이 찡했다. 얼마가 한 푼이라도 더 벌어오라는 뜻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내가 나중에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77. 김밥 - 이민영 -
소풍가기 하루 전날 내 앞에 진영이가 “니네 소풍갈 때 뭐 싸갈 건데?”물어본다. 주먹밥, 초밥, 볶음밥 뭐 이런 거 싸간단다. “니는 뭐 싸갈 건데?” 진영이가 내한테 물어본다. 난……. 김밥 싸간다. 다른 애들은 엄마가 해 주지만 난 3학년 때부터 김밥을 사간다. 친구들이 뭐 싸가냐고 물어볼 때 난 사간다 할 때 젤 속상하다.
78. 할머니의 아픔 - 김병훈(경북 온정초 4학년) -
할머니가 아침부터 배와 다리와 골이 아프다고 해서 약을 사 먹었다. 오줌을 누니 설사똥이 나왔다. 할머니가 죽을라면 지금 죽어라 왜 안 죽노 해서 너무나 불쌍했다. 할머니를 따라가 보니 물을 먹어대었다. 물을 먹지 말라 하니 물을 먹어야 죽지 했다. 나는 할머니를 방으로 모셔 오면서 눈물이 기렁기렁 났다.
79. 방귀 - 심선아(경북 울진 삼당초 5학년) -
낮에 오빠가 이불 속에서 방귀를 뿡 뀌었다. 아이, 드라라. 드럽나, 드럽나. 오빠는 방귀 냄새를 잡고 내 코에 댔다. 방 안이 꿀꿀이하다. 아이구, 냄새 나는 손으로 코막고 웃었다. 웃다가 나도 방귀가 나올라 했다. 정말 방귀를 뀌었다. 뀌고 나니 시원했다. 으흐, 냄새 거 봐라. 지도 방귀 뀌면서 문 열어 놔. 오빠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냄새나는데도 잠을 잔다.
80. 받아쓰기 - 권현석(서울 묘곡초 1학년) -
나는 오늘 학교에서 기구놀이를 놀다가 받아쓰기를 했다. 나는 손이 떨렸다. 백점 받을지 95점 받을지 생각했다. 아제 받아쓰기를 할 거다. 1번 하는 글씨를 쓸 때 손이 떨린다. 그리고 10번 할 때가 더 떨린다. 나는 생각나는 대로 썼다. 근데 1번, 2번, 3번, 차례대로 올라가면 점점 떨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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