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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01-20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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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길을 제시하는 노래65 열일곱살의 바다 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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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822  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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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혼의 길을 제시하는 노래65 열일곱살의 바다 정일근 |
이 시는 80년도에 얻은 시다.
오랫동안 써머리노트에 스크렙 해둔 시인데 엇그제 혼자 나의 열일곱살을 생각하다가 떠오른 시다.
나의 열일곱은 대추나무아래서의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정일근시인의 열일곱은 나와는 사믓 다르다.
가난과 바다와 청상이 된 고모와 눈뜨는 바다.
눈뜨는 이라는 단어는 한수산의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각인된 단어다.
혼자눈뜨는 아침이었던가 소설책 이름이...
이렇듯 눈을뜨다는 말은 가이아킹덤에게 참으로 신선한 단어인데, 정일근님도 바다에서 무엇인지는 몰라도 새로움을 얻은듯하다.
마치 씻김굿이라고 해야하나. 희망의 발견이라고 해야하나. 내면의 등불이 밝아지는 순간이라고 해야하나.
뭐 워낙 유명하신 분이라 불경스러워서 해석을 못하것다. ㅋㅋ
어쨋거나 사춘기의 절망과 고모님의 불행을 딛고 일어서서 내면의 눈을뜨는 시인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진정 진리를 발견하셨기를 바래본다.
2023.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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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霧笛). 주술(呪術). (投身). 삭발(削髮). 문양(文樣). (戀戀). 하강(下降). 사유(思惟). 정념(精念)
나름 한자세대인 가이아킹덤도 모르는 한자가 있었는데 사진파일 원문의 글씨가 작아서 찾는데 애를 먹었다.
특히 안개무자와 사모할연자가 수고스러웠다.
정일근님의 다른시는 인터넷 상에서 많이 있었지만 열일곱살의 바다라는 시는 없었다.
| 시 전문
| | 시 전문
| | | 시 전문 | 1. 안개주의보가 내려 바다로 나가는 뱃길마저 지워지는 날이면 까닭없이 이국의 도시들이 그리웠다. 편도선을 앓는 변성기의 목대궁으로 뿌우우 우우 서투르게나마 무적소리를 흉내내고 싶었다. 바다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의 한 소복단장 긴 마리칼을 휘날리며 그 아득한 주술의 손짓에 홀려 혼돈의 바다로 투신하고 싶었다. 열 일곱 살 사춘기라 했다. 등이 곧은 어린 유선형의 물고기로 달려가 실비늘보다 잘게 더욱 섬세히 부서졌다. 밤이면 밤마다 손톱 밑으로 푸른 말 울음소리 욕정처럼 번져나와 머리칼과 눈썹마저 밀고 싶은 삭발의 절망에 몸서리첬었다. 2.고모님 비수처럼 날아드는 해안경비대 차가운 서치 라이트 불빛에 찔려 관능에 젖어 추락하던 열 일곱 어지러운 잠에서 깨어났을 때 고모님은 홀로 그물을 깁고 계셨다. 소금을 가마째 풀고가는 해풍의 비린 햇살들이 칼날 문양을 새긴 문고리를 흔들고 조금의 물살에 밀려 어업 한계선 밖으로 섬들이 흘러가는 소리 자욱하였다. 두척봉 산마루에 걸린 무우밭 같이 팽팽한 가슴을 가졌던 스물 이후 청상이 된 고모님 연일정씨. 헝클어진 씨줄의 한과 낱줄의 눈물이 굳은살 박힌 손끝에서 다스려지고 있었다. 반평생 기다림에 지쳐 하얗게 바랜 정념들도 한 자락 낮은 육자배기에 연연히 풀어져 나가 아직도 송장해욤을 치며 떠도는 고모부가 가 닿아 잠들 수 있는 섬이 되고있었다. 3.눈 뜨는 바다 사흘마다 혹은 닷새마다 은빛 금빛 꽁지를 지닌 새 몇마리 가을이 깊은 산을 떠났다. 사시남ㄱ 가시에 걸려 늦가을의 가벼운 햇살들이 빈혈처럼 무너지고 바람의 맨발이 밟고간 길을 따라 몇장 종이 비행기를 띄우기위해 어두워지는 산정에 서면 자꾸만 하강하던 열 일곱 살의 바다. 바다, 더 먼 곳에서 저물 무렵의 엷은 햇살 한 줌으로도 조용히 증발하는 하얀 소금의 눈물을 따라 송장나비떼가 솟아 올랐다. 바다 깊숙이 홀라 잠자는 아버지 아버지의 황망한 손짓에 걸려 먼 마을에서 저문 곳을 찾아 헤매이는 빛빛 아득히 부서지고 그 불빛이 부서진 은밀한 높이에서 검은 바다 한장이 떠올라 치밀한 사유의 눈을 뜨고 있었다. 아아 그러나 내 그림자 둘레로 쓰러지는 투명한 저것은 무엇인가 빛이 빛을 갉아먹고 달아난 뒤 하얀 소금으로 남는 저것은 바다를 건너온 바람으로도 끝내 씻겨 풀려나가지 않는 빛나는 눈물 같은 저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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