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씨.

아랫사람들이 젊은 부녀자를 높여부르는 말이라고 네이버에 나온다.

그래서일까?

나에게도 가슴속에 아씨가 있다.

언제였을까?

과거 한시절 머슴이었던 시절이 클로즈업되고 나는 하루일을 마치고 우물가에서 새수를 하던 차였다.

다 찌그러진 양은 새수대야였는데 거기에 바가지로 물을 퍼 담는 순간 주인집 아씨가 나타나서 프라스틱 고운 새수대야를 건넸다.

오빠, 이거 해.

나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다.

색동옷을 입고있는 그 처자는 주인집 따님이었고, 현실의 아내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까?

나는 아씨의 노래속에 담긴 내용이 너무나 가슴깊이 와 닿아서 한동안 눈물을 흘렸고, 그 후로도 지금까지 노래말 속의 이야기들이 가슴을 후벼파는 듯 하여 아리다.

장필순님의 노래 제비꽃에서도 비슷한 감명을 받았지만 아씨에서는 제비꽃에서 와 닿지 않았던 그 무언가가 더 있었다.

새수대야를 건넨 색동옷의 처자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래 가이아킹덤의 글은 며칠전 느낌을 적은 글을 퍼왔다.

열흘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때의 전율이 잊혀지지 않는다.

2022.06.09.가이아킹덤.

꽃가마 타고 시집가던길에 복사꽃이 곱게 피어있던 길이었다.

그 다음에는 서방님 따라서 나들이가던 길이기도 했다.

나들이갈 때는 뻐꾹새가 울었었다보다.

이제는 한 세상을 다하여 돌아가는 길인데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보니 노을이 서럽게 물들어있는 모습이다.

가이아킹덤은 서럽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했다.

네이버를 찾아보니 원통하고 슬프다의 뜻이라고 되어있다.

만약 서쪽하늘의 노을이 가이아킹덤이 전달받았던 태극의 노을이었다면 어땟을까?

한 세상을 진리를 찾아 부단히 노력했다면 그 때도 노을이 서러웠을까?

착한 사람이 축복받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 노랫말에 있었고 이런 삶이 중생의 삶이라는 생각에 눈시울이 뜨겁다.

그래서 한을 승화해서 진리로 이어붙여야 한다.

아리랑을 승화시켜 환 하느님에게로 이어붙여야 한다.

그리하여 한백나무가 무럭무럭 자랄 때 중생들의 삶이 더 이상 서럽지 않을 것이다.

2022.06.09. 가이아킹덤.

임희재 원작의 ‘아씨’는 1970년 3월부터 1971년 1월까지 253회에 걸쳐 TBC-TV 연속방송극으로 방영되어 당시 TV 단일 프로그램 중에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영화는 1910~1970년대에 이르는 역사의 격동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면서 자기 희생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가던 전형적인 한국 여인상을 그리고 있다. 예쁜 족두리에 연지 곤지 찍고 꽃가마 타고 시집가는 시골 풍경 등 명장면이 담겨 있다.

2022.05.30.
가요무대에서 류원정님의 목소리로 아씨라는 노래를 듣는 순간 나는 해방되었다.

노래에서 전해오는 파장의 기운이 아마도 아리랑의 기운이었으리라
나는 그 기운을 감지한 순간 욕망의 끈을 "끈어냈다.
가슴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아스라한 과거의 기억과 현실에서의 욕망이 충돌하다가 이내 잠잠해졌다.
나는 마침내 아성같이 무너질 것 같지 않던 욕망의 늪을 건너 무사히 건너편 안전지대에 도착했다.

중2때 여자친구가 보낸 편지속의 시 한 구절이 스치고 지나간다.
넓은 망토에 턱까지 파묻고 나는 어둡고 험한 길을걸어 겨울 들판으로 내려갔다.
갈앉지 않은 마음에서 어느 가까운 곳으로 도피코자 생각하며
갑자기 새날이 밝아진듯 싶었다.
이 세상 사람같지 않은 한 소녀가 이리로 왔다
시인의 세계에 노래불러진 그리운 저 여성과 같이 이상적이었다.
나의 그리움은 진정되었다.

살아있는 한 무너질 것같지 않던 세디스티즘이 한순간에 무너져내리고 난 심연의 늪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평안이 왔다.
나를 평안으로 이끈 이것은 무엇일까?
60평생 나를 괴롭히던 줄기가 한순간 무너지고 평안의 길로 이끈 이 거대한 힘은 무엇이란 말인가?

2022.05.30. 늦은저녁 11시 37분의 일이었다.

나는 스승님을 최초로 현몽하였을 당시 예고되었던 숫총각으로 돌아가고 내 마음에서 평안이 자리하는 모습을 본다.

해방이다.

임희제. 이철향 극본. 고성원 연출.

극작가이면서 노래 작사가인 임희재.

임희재(任熙宰.1919.12.22∼1971.3.31)

극작가. 충남 금산(錦山) 출생. 1938년 이리농림학교 졸업, 이듬해 니혼대학(日本大學) 법과를 중퇴. 1944년 인쇄회사ㆍ미곡창고회사(米穀倉庫會社) 등에 근무하다가 1945년 해주(海州)에서 극단을 조직, 연극운동을 전개했다. 이후 월남하여 중학교 교사, 신문 기자 등을 하는 한편, 소설과 희곡을 수업했다.

1955년 단막희곡 <기류지(寄留地)>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같은 해 <복날> <무허가 하숙집> <고래> 등의 단막극을 발표했다. 1956년 희곡 <꽃잎을 먹고사는 기관차>(극단 신협 공연)를 발표하고, 월간 [여성계]를 주간했으며, 시나리오ㆍ라디오ㆍTV 드라마 등을 다수 발표했다. 한국문학가협회 중앙위원ㆍ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간사, 극단 [산하(山河)]의 운영위원 등 역임.

현대문학사 신인문학상(1959), 한국영화이사회 시나리오상(1960), 제1회 대종상 영화제 각본상(1962)을 수상했다.
아씨 방송극본은 1970-1971년까지 하였고 건강상의 이유로 그 뒤로는 이철향님이 진행하였다.
1971년 4월 3일 53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그의 작품 성향은 철저한 서민생활의 추구와 리얼리티에 있었기에 대중적 작품을 쓰면서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