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길을 제시하는 노래27 천년의사랑 - 양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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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제방을 무너뜨리지 않고도 그리움을 다스릴 수 있게 되었음을.

나는 그를 통해 삶의 뒷페이지를 보았다. 

내가 했던 공부는 우주로 통하는 큰 생명을 얻어 그 생명기운을 세상으로 전파하는 큰 사람을 만드는 공부라고 

 

우주의 힘을 받아들이길 거부하는 미욱한 인간세상의 사람들을 위해 그들은 기꺼이 우주와의 통로가 되길 자청한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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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말하고 남은 그림자에 있다

 

 

양귀자는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다. 전주여고를 졸업하고 서울의 한 출판사에서 사전 출간 작업을 거들던 그는 이듬해 봄 문예 장학생으로 원광대학교 국문과에 입학한다. 1978년 대학을 졸업하고 전남 고흥군 거금도에서 교사 생황을 하던 그는 『문학사상』의 신인상 공모에 「다시 시작하는 아침」,「이미 닫힌 문」등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다. 이제까지 그는 창작집『귀머거리 새』(1985),『원미동 사람들』(1987)『지구를 색칠하는 페인트공』(1989),『슬픔도 힘이 된다.』(1993), 장편소설『희망』(1992),『나는 소망한다.내게 금지된 것을』(1993),『천년의 사랑』(1995).『모순』(1998)등을 펴낸 바 있다. 그는 1988년에『원미동 사람들』로 '유주현 문학상'을, 1993년에「숨은 꽃」으로 '이상 문학상'을, 1996년에 「곰 이야기」로 '현대 문학상'을 받는다.
 

다가오는 문학이 위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두손을 늘어뜨리고"있던 작가가 심기 일전해 내놓은 소설이 『천년의 사랑』이다. 『천년의 사랑』은 태어난 지 두달만에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아 고아로 살 수밖에 없었던, 그래서 모욕받은 삶의 주인공이 되어야 했던 여주인공 오인희와 성사상 사이의 천녀에 걸친 설화적 인연과 사랑을 묘사한 소설이다.어머니로부터 버림받은 오인희의 삶은 "꿈없이 사는 세상, 꿈의 분량마저도 남들보다 휠씬 모자란 채로 시작한 인생"이며, '악몽'그 자체다. 오인희는 사랑하던 김진우에게 배신당함으로써 , 즉 다시 한 번 버림받음으로써 자신이 "꿈으로부터 추방당한 자"라는 사실을 여실히 부여준다.

그래, 악몽인 듯 싶은 세월이 있었어. 잠 안 오는 밤에는 스치는 바람 소리조차 불행의 신호로 들려 왔었지. 사람들은 서로 할귀고 상처내는 일에만 모두해 있었어. 사랑은 변덕의 한순간에 불과한 것이고, 배반당한 믿음이 뿜어 내는 증오의 불길들은 살이 데일 정도로 뜨겁기만 했었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 온몸에 가시를 세우고 살아내는 것, 그것이 나날의 삶이었는데, 그많은 가시를 지니고 어떻게 그 겹겹의 세월을 살아냈을까....

-『천녀의 사랑(살림,1995)』

상처로 얼룩진 삶의 길을 걸어온 오인희는 새로 성하상과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성하상은 우연히 범서 선생의 인도로 명상과 수련의 세계에 입문한 뒤 오인희와 만난다. 그런데 오인희와 성하상이 펼쳐 보이는 사랑의 밑자리에는 천년 전 남부 아시아의 한 유목 민족의 삶을 받은 바 있는 수하치와 아힘사의 이루지 못한 사랑이 숨어 있다.이 전생의 인연이 천년의 세월이 흐른 뒤 오인희와 성사상의 사랑으로 유전하는 것이다.

 

놀랄 만한 대중적 성공을 거둔『천년의 사랑』에 대해 이런저런 비판이 쏟아진 것은 작품이 차용한 환상성의 적합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시공을 뛰어넘은 설화적 인연이라는 『천년의 사랑』의 환상성이 상처로 얼룩진 삶의 길을 걸어온 한 여자가 겪는 비극적 사랑에 흥미를 더하기 위해 덧붙여진 주변 요소에 머물고 말았다는 것이다.아울러 『천년의 사랑』에 대한 혹평은 이 작품이 지닌 근본적 한계, 즉 문학적 진정성의 아우라를 찾아보기 힘든 데 따른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 작품이 우리 소설 문학 속에서 거의 다루지 않던 기공, 도술, 명상, 전생 등과 반현실적인 환상성을 과감하게 끌어들여 문학정전의 범주를 넓히는 의미 있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간과되어서는 아될 것이다.